강원도는 한국에서도 가장 자연이 잘 보존된 지역 중 하나로, 높은 산과 깊은 계곡, 수많은 전설과 설화가 함께하는 명산들이 존재합니다. 특히 설악산, 오대산, 치악산은 단순한 등산지로서의 매력뿐 아니라 고대 신앙과 불교문화, 그리고 민간 전설까지 아우르는 문화적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강원도의 3대 명산에 숨겨진 전설과 유래, 그리고 등산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깊이 있는 산행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선녀와 신선의 전설이 깃든 설악산
설악산은 강원도 속초, 인제, 양양, 고성에 걸쳐 있는 해발 1,708m의 국내 최고봉 중 하나입니다. 태백산맥의 중심을 이루는 이 산은 기암괴석과 천연기념물의 보고이며, ‘설악’이라는 이름 자체도 늦가을부터 눈이 쌓여 하얗게 변한 산의 모습을 표현한 말입니다. 하지만 설악산에는 단지 눈과 바위만이 아니라, 수많은 전설과 신화가 깃들어 있습니다. 설악산의 대표 전설은 바로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입니다. 비선대 인근에서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던 중, 인간 세상에 호기심을 가진 선녀가 나무꾼과 사랑에 빠졌다는 설화는 많은 이들에게 익숙합니다. 실제로 ‘비선대’라는 이름도 이 전설에서 유래되었으며, 선녀가 발을 디뎠다는 바위, 발자국이 남았다는 ‘선녀탕’은 지금도 등산객의 발길을 끕니다. 또한 설악산의 상징인 울산바위에는 6개의 거대한 봉우리가 연결된 특이한 형태의 바위 군이 존재하는데, 이곳엔 ‘신선이 되지 못한 스님이 돌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각 봉우리마다 이름과 이야기가 다르고, 그 바위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담겨 있어 산 전체가 전설의 테마파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설악산은 등산로도 다양합니다. 초보자를 위한 비선대~흘림골 코스, 중급자 이상을 위한 울산바위~봉정암~대청봉 종주 코스가 있으며, 가을철 단풍은 전국 최고로 평가받습니다. 전설을 따라 걷는 설악산 산행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과거와 상상의 세계를 함께 경험하는 신비로운 여정이 됩니다.
문수보살과 불교 성지가 된 오대산
오대산은 강원도 평창과 강릉에 걸친 해발 1,563m의 산으로, 한국 불교문화의 중심이자 문수보살의 수행처로 전해집니다. 산 이름 ‘오대(五臺)’는 다섯 개의 봉우리(비로봉, 상왕봉, 두로봉, 호령봉, 동대산)가 연이어 솟아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중국 산시 성의 오대산과 이름과 전설이 연결됩니다. 가장 유명한 전설은 문수보살과 자장율사의 이야기입니다. 통일신라 시대 고승 자장율사가 당나라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귀국 후 설법과 수행을 위해 오대산에 월정사를 창건하였다는 설화입니다. 이 때문에 오대산은 ‘한국의 오대산’으로 불리며, 문수보살이 머무는 신령스러운 산으로 여겨졌습니다. 상원사 동종,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사자암 등은 이러한 불교 전통과 전설을 체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입니다. 특히 사자암은 자장율사가 문수보살을 다시 만나기 위해 수행했다는 장소로, 그 전설적 기운을 느끼기 위해 많은 불자들이 참배를 옵니다. 등산코스는 비교적 완만한 편으로, 월정사~상왕봉 코스는 왕복 약 4~5시간 소요되며, 도중에 전통 사찰과 전설 속 지명들을 실제로 걸으며 체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오대산은 국립공원으로 관리가 잘 되어 있으며, 겨울 설경과 눈꽃산행으로도 유명합니다.
꿩과 승려의 전설이 살아 있는 치악산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치악산은 해발 1,288m로, 울창한 숲과 계곡, 가파른 능선이 특징인 산입니다. ‘치악’이라는 이름은 꿩(雉)과 산(嶽)이 결합된 말로, 이 산에 얽힌 전설과 직결됩니다. 치악산의 대표 전설은 꿩과 승려의 이야기입니다. 조선 초, 한 젊은 승려가 산에서 꿩을 잡아먹은 후, 갑자기 쓰러져 죽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후 이 산에서는 꿩을 해치면 재앙이 따른다는 전설이 생겨났고, ‘치악산’이라는 이름도 이를 경고하는 의미로 붙여졌다고 전해집니다. 이 전설은 조선시대 이후로도 수없이 인용되며, 불교의 계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구룡사와 관련된 전설도 유명합니다. 신라시대 창건된 구룡사에는 아홉 마리 용이 하늘로 승천했다는 이야기가 전하며, 이 때문에 ‘구룡소’, ‘구룡계곡’, ‘용암문’ 등 용과 관련된 지명이 산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구룡사는 지금도 치악산의 주요 관문이자 역사적 상징으로 기능하며, 많은 순례자들이 참배를 위해 방문합니다. 치악산은 비교적 급경사 구간이 많은 산으로, 구룡사~비로봉~세렴폭포 코스는 중상급자에게 적합합니다. 하지만 초보자를 위한 금대계곡 트레킹 코스나 용소폭포 탐방로도 마련되어 있어 계절에 따라 유동적으로 선택 가능합니다. 특히 가을에는 단풍이 장관을 이루며, 전설 속 배경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강원도의 명산은 단순한 등산지를 넘어 신화와 전설이 살아 있는 문화 공간입니다. 설악산의 선녀 이야기, 오대산의 문수보살 전설, 치악산의 꿩과 승려 일화는 각각의 산을 특별하게 만드는 상징이자,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산입니다. 이번 산행에서는 발걸음마다 이야기가 깃든 강원도 명산 속 전설을 체험해 보세요. 그 길 위에서, 우리는 한국의 뿌리와 다시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